내가 매일 들르는 다음 까페중에
국내 모 브랜드 업체의 패션까페가 있다.
사람들이 자기가 쇼핑한 것들을 사진찍어 올리고 공유하고 수다도 떠는, 나름 활성화 된 곳인데-
어제와 그제,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.
어떤 사람이
<정말 황당하네요>라는 류의 제목으로 글을 올린 거였는데 요지는
자기랑 꽤 친한 친구가 쇼핑을 너무너무 좋아해서
모든 월급을 다 털어 옷사고 명품가방사고 카드 한도 꽉꽉 채워 쓰더니 심지어 자기 카드까지 빌려 쇼핑을 하더란다.
그런데 어느날, 이 친구가 슬금슬금 잠수를 타더니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하여
(물론 이 사람 카드로 할부로 쇼핑을 했단다. 그 전에는 꼬박꼬박 잘 갚아서 별 문제 안삼았다고.)
자기는 약 500만원의 카드빚을 매달 갚아나가는 슬픈 상황.
그런데, 그 친구가, 바로 그 까페에
비싼 브랜드의 옷과 가방으로 도배를 하고 쇼핑일기를 올렸다며
어떻게 이럴수가 있냐고 분노를 쏟은 글이었다.
당연히 그 친구라는 여자는 그런 글이 올라올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자기 얼굴을 드러내고 사진을 올린 거다. (깡이 쎈듯;)
얼굴도 꽤 예쁘장하게 생겨서, 그 쇼핑일기 댓글 초기에는
<훈녀 등장>, <와 진짜 예쁘고 옷 잘입으시네요> 등등의 아름다운 댓글이 달렸지만
그 여자가 빚쟁이인것이 나타난 후로는 완전 악플로 도배돼서
<너네 부모 너 이러고 다니는거 아니?>, <완전 성형한거 티난다>, <관상이 나쁘다> 등의..
인신공격 수준의 댓글이 달렸다.
물론 나도 쇼핑을 심하게 좋아하니까
예쁜 옷, 좋은 가방, 좋은 신발 사고 싶은 마음 백번 천번 이해한다.
그리고 그 500만원을 빚진 친구의 억울하고 황당한 마음도 백번 천번 이해한다.
당연히 그 빚진 여자가 너무너무 잘못한 상황이긴 하다.
하지만 웃겼던 건, 그렇게 자기 일처럼 하나하나 욕 해가며
빚진 여자 사진을 일일이 스크랩하고 연락처까지 저장하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.
그리고 오늘 새벽인가
그 빚진 여자가 글을 올렸다.
빌리고 안 갚은 것은 자기가 잘못했지만,
그 친구가 자기의 빈 집에 찾아와 비싼 옷과 가방을 다 챙겨 가져갔고, 덩치큰 남자와 함께 찾아와 각서를 쓰게 했다는 내용이었다.
본인도 억울한 부분은 있다며 (;;) 자기의 옷과 가방을 가져갔을 때 돈은 퉁 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.
당연히 그 까페에서는 또 맨처음 글쓴이를 비방하는 글들이 쏟아졌다.
옷과 가방만 팔아도 500만원은 넘겠다는 둥, 각서 쓰게 하는게 웃긴다는 둥.
코미디가 따로 없는 상황.
먼젓번엔 빚진 여자를 돌로 칠 듯한 기세더니 (진짜 댓글 분위기 격했음;;)
이번에는 원글 쓴 이를 앞뒤 사정 안쓰고 친구를 매도한 나쁜년 만들 듯한 기세인 거다.
참, 어쩜 다들 그렇게 무서우신지
아무리 얼굴 안보이는 온라인이라지만 너무들 한다 싶을 정도다.
연락처 알아내고, 사진 스크랩하고 형사고발 운운하는 사람들이, 난 더 한심해 보인다.
이 글 저 글 댓글 달면서 남의 욕 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다.
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저렇게까지 할까.
자기 일도 아닌 일에 참 정성도 뻗치는구나 싶다.
그래서 더욱.
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게 겁나고 두렵다.
지금 이 글 조차.
곱창이나 먹으면 좋을 저녁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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